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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기 - 병자호란

 
저자 - 한명기
출판사 - 푸른역사
별점 - ★★★★★

몇몇 이웃의 추천을 받아 연휴 동안 읽었습니다. 책 자체의 흡입력은 상당했습니다. 새로운 관점에서 치밀하게 조사한 서적임에도 일반인이 읽기에 상당히 부담없이 문장을 썼고 단락의 호흡이 짧아서 읽기가 수월했습니다. 제목은 병자호란이지만 인조의 등극에서 정묘호란, 병자호란과 그 이후의 역사까지 서술하는 조금은 긴 역사의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가지는 강점은 무작정 조선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왜 무능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그 이후에 우리는 일본처럼 대비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이야기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서적에서는 사대주의에 찌든 조선이 청나라에 패배하였다는 단편적인 서술이 많은데 이 책에서는 그런 단순한 서술이 아닌 독자가 왜 조선이 무력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인조는 말은 앞섰지만 의지가 없었으며 그 이유는 찬탈로 등극을 했던 사정이 있었던 탓이며 또한 그 때문인지 몰라도 논공행상에서 공정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명과 새로 일어나는 후금(후에 청), 게다가 일본에까지 시달리는 삼중고의 상황은 그 누가 집권을 해도 풀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구체적인 실행 의지와 능력도 없고 자신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한 채 관념적인 친명배금 정책에만 매달렸던 조선, 동아시아를 지배한 대제국 명을 쓰러뜨리고 그들의 신하까지 포섭하면서 동아시아의 지배자를 꿈꾸었던 젊은 제국 청나라와의 대결은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았던 싸움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는 피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라 여러가지 목적에 의해서 언젠가는 벌어질 수 밖에 없었던 싸움이었다는 것이 안타깝게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싸움이 일어나는 과정이 너무나 어처구니 없었으며 조선에 남긴 상처가 크고 깊었다는 것이 두 호란 중 병자호란이 남긴 흔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병자호란이 남긴 수많은 흔적들은 저자의 이야기대로 현재진행형일지 모릅니다. 이미 호란이 발생한지 백년이 지난 후에 우리 선조께서 호란의 상처가 지워졌으니 청나라를 배우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 상처가 아물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사가 과거를 통해 현재의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라 하면 병자호란 때 어이가 없을 정도로 무능한 대처를 통하여 오늘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르게 길러져야할 것입니다. 몇몇 단어의 선택에서 저자의 입김이 들어간 문장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것은 독자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한 부분이라 널리 이해할 정도이며 그래도 선택의 몫은 독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서술하려 노력한 점은 매우 높게 평가합니다. 병자호란을 이해하기 위한 개설서로 훌륭한 책입니다. 답답하기는 하지만 읽어볼만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by oldman | 2016/02/10 15:23 | 책 - ★★★★★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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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지구마을 불꽃사파리 at 2016/02/10 18:41

제목 : 병자호란 감상
한명기 - 병자호란 '병자호란'에 관련된 글이나 본 책에 대한 서평을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한미동맹에 집중하는 대한민국을 쇠퇴하는 명나라에 집중하는 조선에 비유하거나 은연 중에, 혹은 대놓고 떠오르는 강국인 중국을 청나라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한명기 선생님의 '병자호란'을 읽어보니 그렇게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굉장한 오산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단순하게 비유를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more

Commented at 2016/02/1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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