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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위의 놀라운 첩보력

 
명태조 주원장은 의심이 많고 성격이 포악하여 수많은 개국공신들을 죽였습니다. '토사구팽'이라는 고사성어를 낳은 한고조를 대인배로 보이게 만드는 그의 특이한 성격은 금의위라는 역사에 길이남을 특무기관을 세우고 주로 관료계층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황제독재체제의 화룡정점을 찍는 - 그러나 역사에는 큰 오점을 남길 - 작업을 본의아니게합니다. 금의위의 정보수집범위는 넓고도 다양해서 현역에서 뛰는 관료에서부터 은퇴해서 고향이나 자신의 장원에 짱박혀사는 사람들에게까지 감시의 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감시대상은 말단 관료에서 주원장에게 충성을 다하는 고위관료까지 다양했는데 그중 대학사 송렴(宋濂)은 유명한 학자로서 주원장에게 지극히 충성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원장은 마음을 놓치 못했습니다. 어느날 송렴이 집에서 손님을 초청했는데 금의위의 요원은 그 연회에 참석한 사람과 차린 음식까지 주원장에게 낱낱이 보고했습니다. 이튿날 송렴이 출근하자 주원장은 어제 참석했던 손님과 나온 음식을 물었습니다. 송렴이 있는 그대로 보고하자 주원장은 비로소 만족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송 학사의 말은 모두 진실이군. 당신은 나를 속이지 않았어."


한편, 국자감의 좨주(祭酒) 송눌(宋訥)은 어느 날 집에 앉아서 혼자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를 감시하던 자들은 그가 황제에게 불만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의 화난 모습을 그려 주원장에게 바쳤습니다. 이튿날 송눌이 출근하자, 주원장은 어제 무엇때문에 화를 냈느냐고 물었습니다. 송눌은 사실대로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주원장은 그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그 일이 조정의 일과 상관없다는 걸 알고 더 이상 그를 추궁하지 않았습니다. 송눌은 황제가 어떻게 어제 자기가 화낸 일을 알고 있는지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주원장에게 물었더니 주원장은 그에게 어제 화를 내던 모습이 그려져있는 화상(畵像)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을 본 송눌은 너무 놀라서 쓰러질 뻔했습니다.

이렇게 교묘하고 치밀한 방법으로 관료들은 감시하고 권력을 장악한 황제독재권력을 가지고 한 짓을 돌아보면 그저 한숨만 나올 따름이며 이들의 놀라운 정보수집력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에게 놀라움과 무시무시함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by oldman | 2008/11/06 21:28 | 역사이야기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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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硏省齋居士의 雜學庫 at 2015/12/02 02:50

제목 : 홍무제의 강박증 때문에 공을 세울 수 있었던 사람
금의위의 놀라운 첩보력 oldman님 글에서 트랙백 이번에 중국사 수업 레포트 주제로 명나라로 잡았는데, 명나라를 얘기하면 아무래도 명 태조 주원장(홍무제. 1328~1398)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oldman님이 쓰신 글을 보고 홍무제의 성격과 관련된 이야기가 생각나서 적어본다. 엄청난 포토샵(?)을 거친 홍무제의 초상. 수양제나 진시황이 악명높아서 그렇지, 신하들을 숙청하고 공포정치를 한 걸로 치면 홍무제는 더하......more

Commented by 친한척 at 2008/11/06 21:37
그리고 저렇게 감시하면서도 마음을 못 놔서 황태손에게 자리를 넘기기 전에 개국공신들의 씨를 말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열심히 살생을.... 황태손이 이를 두고 간언하자 그 날은 웃고 넘어갔다가 다음에 가시달린 몽둥이를 들어보라고 해서 머뭇거리자

"권력이란 것도 이와 같단다 손자야. 가시를 다 떼어서 줄 터이니 이 할애비만 믿거라."고 말하셨던 대인배 주원장이군요. ㅎㄷㄷ

하지만 결국 그 손자 건문제는 삼촌한테 찬탈당하고, 게다가 약화된 신하들의 권력은 환관들이 또 다 차지했으니 결국은 '다 소용업ㅂ따'고 봅니다. 역시 군주는 자기 자신의 능력밖에는 믿을 것이 없는 걸까요?
Commented by 해색주 at 2015/12/02 21:58
주원장의 경우 환관의 교육을 줄이고 권한을 줄여서 원과 같은 폐해를 없애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들인 영락제의경우 환관들의 도움으로 반란을 일으켰고 성공해서 환관 출신들을 중용했습니다.

황제독재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환관으로 구성된 평민출신 문무집단들이고 이들로 권문세족들을 견제했죠. 황제 독재 체제였던 송과 명에서는 관료들을 감시하고 견제항 환관들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Commented by 위시 at 2008/11/06 21:42
눈팅하다가 금의위 이야기 나오니 너무 재밌어서 덧글답니다. 명사에 꽤 관심이 있는 편이라서요. 말없이 링크걸고 오래전부터 눈팅하고 있었는데 신고는 이제 드립니다 'ㅁ';;

송렴의 일화는 이야기 중국사 책에도 나오더라구요. 그런데 황제 독재체제를 구축하게 된 것과, 금의위가 이렇게 위세를 떨치게 된 것을 주원장이 후사를 우려해서 그랬다고들 하는데, 꼭 거기에만 이유가 있었던 건가요? 이건 약간 궁금하네요.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11/06 22:06
사실 왕권을 유지하려면 저런 짜잘한(?) 곳까지도 감시의 눈을 번뜩이며 철저하게 하는 쪽이 좋기야 좋죠. 조선은 그걸 못해서...
Commented by 대상 at 2008/11/06 22:13
祭酒의 祭는 관례상 "좨"로 읽음.
Commented by 풍신 at 2008/11/07 05:16
주원장의 개국공신 학살(?)은 유명해서...(하긴 절대 군주가 될려면 그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죠.)

그나저나 감시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감시했는지 궁금하군요. (하인으로 들어가서? 아니면 무협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이런저런 기상천외한 방법을 써서?)
Commented by 愚公 at 2008/11/07 10:56
돈과 권력으로 어르고 위협하면 첩자질할 사람 많지요. 그래서 군주도 궁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무서워하죠. 그리고 이 일화나 앞의 포스팅 일화는 금의위나 동창에서 일부러 퍼트린 소문일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모든 사대부관료와 백성들을 완전히 감시하기는 어려우니 일부 사례를 부풀리는 거죠.
Commented by 심재호 at 2008/11/11 12:00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을 쓴 후지모토가 김정일로부터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써 있더군요. 덜덜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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