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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의 극치, 그리고 극복 - 제11회 베를린올림픽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은 이전에 개최되었던 근대올림픽보다 정치색을 상당히 짙게 넣은 올림픽이었습니다.
원래 이 대회는 패전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독일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될 뻔했습니다. 물론 프로파간다의 달인 괴벨스는 이런 의도를 전세계에 충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에 나치스의 색채를 집어넣은 것이 문제였지만 말입니다.
원래 히틀러는 이 대회를 '유태인들에 의해 조종되는 유희'라며 비난을 퍼붓다가 나중에 태도를 바꾸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십니까?

베를린올림픽이 개최되던 1936년의 유럽은 그야말로 초긴장상태였습니다. 나치스가 정권을 잡은 독일땅에는 유대인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자행되고 있었고 (2년후 크리스탈의 밤이라는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같은해 3월엔 히틀러가 베르사유조약을 위반하고 이 조약에 의해 비무장지대로 지정받았던 라인란트에 군대를 진주시키는 등 언제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긴박한 분위기가 한참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1차대전 당시 독일과 맞서싸웠던 영국과 프랑스와 미국은 이런 독일을 당연히 곱지않은 눈초리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있는 히틀러와 괴벨스는 철저하게 이들을 기만하는 정책을 시행합니다. 나치의 반유대주의에 항의하여 보이콧을 선언한 미국과 프랑스는 미국 올림픽 위원회 위원장 브런디지의 끈질긴 설득과, 나치 정권으로부터 유태인 선수와 관중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에 보이콧 선언을 철회합니다. 그에 대한 답례로 베를린 시내의 반유대주의 문구가 적힌 간판을 철거합니다.
하지만, 모든 거리와 집들을 꽃과 나치깃발로 단장함으로써 이들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를 전세계인들에게 똑똑히 보여줍니다. 이 대회는 세계인들에게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나치정권의 거대한 선전장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정치적 목적을 제외한다면 여러가지 규모면이나 기술적인면, 그리고 여러가지 의의에서 뜻깊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우선 이 대회를 아리아인종의 우월성과 나치정권의 선전장으로 활용하고 싶어했던 히틀러는 엄청난 물자와 비용을 들여 10만명을 수용하는 대형 스타디움과 2만 명을 수용하는 수영장 및 10여개의 경기장과 여러 개의 실내 경기장 등을 건설하는 한편 베를린 교외에 영구 주택으로 집단 선수촌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더불어 스타디움으로 이어지는 철도를 부설하고 5개국어로 인쇄된 선전물이 전세계에 뿌려졌습니다. 더불어 독일인들의 매너 또한 호평을 받았는데 이때 베를린을 방문했던 어느 사람이 2차대전에서 독일군의 행태를 듣고 나서 "저렇게 신사적인 사람들이 전쟁광일줄은 전혀 몰랐다."라며 놀라워했다고 합니다.

베를린올림픽이 치뤄졌던 경기장
베를린올림픽이 개최된지 70년후 이 경기장에서 월드컵결승전이 치뤄졌습니다.


<올림픽 기간 중 베를린 시내>


또한, 베를린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무선텔레비전을 설치해 스타디움 밖에서도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한 대회였습니다. 그리고, 사상 최초로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한 성화가 육로로 봉송, 밤낮을 불문하고 불을 밝히는 전통을 세웠습니다. 이때부터 시작된 성화봉송은 지금도 올림픽의 중요한 이벤트로 자리잡게 됩니다.

<베를린 올림픽당시 성화봉송장면>

프로파간다의 극치는 바로 '의지의 승리'라는 걸출한 프로파간다 영화를 만든 레나 리펜슈탈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베를린올림픽의 대회전과정을 담은 영상이 그녀의 손에 의해서 '민족의 제전 (Olympia)' 이라는 영화로 거듭나게 됩니다.

<레나 리펜슈탈 作 '올림피아'의 한 장면>


이러한 정성탓인지 개최국이었던 독일은 금메달 33개, 은메달 26개, 동메달 30개로 메달합계 89개로 종합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2위 미국과 8위 일본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럽국가가 순위권을 차지합니다. 히틀러와 괴벨스의 계략대로 아리아인종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의도는 성공시킨 것처럼 보였습니다. (4위에 아리아 인종이 아니지만 유럽국가인 이탈리아가 있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스포츠경기의 묘미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들이 왕왕 벌어지는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대회가 낳은 스타 둘이 그러했는데 한 명은 미국의 제시 오웬스였고 다른 하나는 손기정이었습니다.
흑인이었던 제시 오웬스는 육상에서 100m, 멀리뛰기, 200m, 100m계주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히틀러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했습니다. 이후 그의 4관왕 행진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칼 루이스에 의해 재현될때까지 이러한 위엄을 똑같이 달성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또한, 멀리뛰기에서 히틀러에게 제시 오웬스를 꼭 이기라는 지시를 받은 독일선수 루즈 롱의 격려를 받은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금메달을 획득한 제시 오웬스


그리고, 우리에게는 고(故) 손기정 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암울했던 식민지 치하에서 남의 나라의 대표가 되어 달려야했고 금메달을 차지했을때 보여주었던 서글픈 표정은 전세계인들에게 식민지 치하의 조선인들이 어떠했는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베를린올림픽의 영광은 1992년 황영조 선수에 의해 바르셀로나에서 재현하였습니다. 일장기가 아닌 태극기를 달고 말입니다.

이 장면을 봤던 어느 독일인은 고(故) 손기정 선생님의 슬픈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가장 큰 이벤트 중에 하나인 올림픽. 고대 올림픽 정신을 되살리자는 의의도 온갖 정치적, 상업적 의도로 인하여 변질되었고 그 중에 가장 심했던 사례 중 하나가 베를린올림픽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인간의 의지를 뛰어넘는 또다른 인간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프로파간다를 극복했던 진정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오늘날까지 생생히 들을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역사를 만들어내지만 그 역사를 만드는 인간은 더욱 강한 존재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불어 이렇게 화려했던 베를린이 10년도 안 지나서 거대한 벽돌더미가 되는 것을 보면 인간은 한치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존재라는 생각또한 하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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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dman | 2007/04/24 23:22 | 역사이야기 | 트랙백(2)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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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愚公移山 at 2007/04/25 14:39

제목 : [금주의 이글루스 포스팅 트랙백] 4월 2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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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이오공감의 흔적 at 2007/04/27 14:23

제목 : 2007년 4월 27일 이오공감
드디어 발견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의 행성  by neclipse우주에 생명체가 살 수 있다고 생각되는 환경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우주에서 "외계의 생명체"를 찾는 많은...프로파간다의 극치, 그리고 극복 - 제11회 베를린올림픽  by oldman우리에게는 고(故) 손기정 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암울했던 식민지 치하에서 남의 나라의 대표가 되어 달려야했고 금메달을 차지했을때 보여주었던.......more

Commented by kalay at 2007/04/24 23:24
괴벨스가 진짜 대단한 인물이긴 대단한 인물이었죠.
Commented by 팔랑기테스 at 2007/04/24 23:27
크흑..손기정선생님의 승리가 이때엿군요
Commented by kirhina at 2007/04/24 23:52
괴벨스... 지금 생각해도 구역질난다. ㅡ_ㅡ;;
Commented by 크악크악 at 2007/04/25 01:35
데일리안이라는 신문은.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출전 자체가 일제의 내선일체론과 황국신민화 정책에 협조한거라고 하더군요...-.-;; 스포츠맨으로서 히틀러가 누구건...어디 대표로 나가건 일단 저런 무대에 서고 싶은건 당연할 지인데..운동선수가 친일을 하면 얼마나 한다고 그러는지 이해불능입니다...누구들처럼 태평양 전쟁에 지원하라고 연설하고 다닌 것도 아닌데..
뭐 일장기를 스스로 안땐것까지 친일의 근거로 대더군요....-.-;;
Commented by 流れ星 at 2007/04/25 07:54
데일리안은 아무 생각이 없는 언론같아요.
Commented by 네리아리 at 2007/04/25 12:54
데인리안??? 그거 먹는건가요?
ㄴ아구아구 냠냠냠
Commented by 나인볼 at 2007/04/26 00:18
제시 오웬스와 재키 로빈슨, 가장 위대한 흑인 스포츠선수라고 생각하는 두 사람입니다. ^^
Commented by 에르나이드 at 2007/04/26 22:38
오히려 데일리안이라면 친일을 찬양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스스로 데일리안의 본분을 잊었군요[퍽]
Commented by oldman at 2007/04/27 07:23
여러모로 참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 kalay

그렇지요. / 팔랑기테스

사실 매우 구린 놈이지. / kirhina

정말 어이가 달아나게하는 신문이군요. / 크악크악

그냥 생각없이 보면 됩니다. / 流れ星

먹으면 탈납니다.
하지만, 다행히 먹을 건 아니네요. / 네리아리

아아...그렇군요. / 나인볼

음...아무튼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에르나이드
Commented by 狂猫 at 2007/04/27 14:45
이오공감 축하드립니다.
괴벨스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선 호기심이 일고 있습니다. 그정도로 대중을 장악할 수 있는것도 어찌보면 저주일지도요..
Commented by 산왕 at 2007/04/27 15:33
올림피아 풀버젼을 한 번 보고 싶긴 한데 기회가 없었군요.
Commented by 하트의여왕 at 2007/04/27 16:30
이오공감에서 관심분야를 발견했기에 들어와봅니다.
전공이 독어독문학이라서 독일 예술의 이해 수업에서 나치 프로파간다 예술로 발표준비를 했었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의지의 승리와 올림피아 1,2를 다 구해서 봤는데 정말 굉장하긴 하더라구요. 저 당시에 사용한 스포츠 촬영 기법이 지금까지 쓰인다고 하니 알만하죠..
손기정선수가 올림피아에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길게 나오는 편인데, 유색인종을 싫어하던 히틀러를 레니 리펜슈탈이 설득해서 손기정 선수를 만찬에 초대했다는 일화가 있더라구요. 거기서 한번 더 달리는 모습을 재현하게 해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뭐 진위 여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4/27 17:30
올림피아는 한 번쯤 영화관에서 보고 싶어요.
Commented by kirhina at 2007/04/27 18:01
오, 또 이오공감인가!! 축하하네!!
Commented by 로토 at 2007/04/27 18:21
흥미롭게 잘 읽어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홍차도둑 at 2007/04/27 18:46
이오공감 축하드립니다.
당시 베를린 올림픽에서 또다른 일화는 선수 입장식에 대한 일화죠.
지금은 그렇게 안합니다만. 당시에는 개최국에 대한 예의로 개최국의 원수가 있는 곳에서는 참가국들이 깃발을 숙이면서 인사를 하고 당시에 있던 '올림픽 경례' 라는 것을 하면서 지나갔답니다.
그런데 이 올림픽 경례가 위의 사진에 있는 '하일 히틀러!' 경례와 아주 비슷하데요, 각도가 바로 옆이었다나요...그래서 보는 각도에 따라선 이건 완전 '하일 히틀러!'가 된다 이거죠. 거기에 국기까지 숙인 상태라면...괴벨스가 원한 것이 딱 그거 아니었겠습니까...^^
그거 때문에 참가국들이 '이거 관례대로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 를 놓고 고민 많이 때렸다는군요.
원래 '하일 히틀러!' 할때 나오는 경례는 고대 로마제국의 군인들의 경례에서 따온지라 이탈리아야 원래부터 그런거 하고 있고 둘이 짝짜꿍이 맞았으니 상관없는데...프랑스와 영국, 미국은 이거 때문에 고민 많이 하다가...프랑스는 결국 올림픽 경례를 했다고 합니다.
미국은 깃발도 안숙이고 경례도 없이 그냥 통과해 버렸다더군요.
그래서 2차대전 이후 벌어지는 올림픽에서는 개최국 국가원수 앞을 통과할때에도 선수단이 인사는 하더라도 자유롭게(올림픽 경례도 없어졌다죠) 하고 깃발 숙이는 것도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저도 2000년 2001년에 베를린 스타디움에 방문했었는데, 기분이 참 그랬습니다. 손기정옹께서 뛰었던 그 자리인데 새롭게 단장된다면 과연 그 모습이 얼마나 남아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드컵 때문에 중-개수되어 옛날의 올림피아스타디온의 모습은 사실상 사라졌으니까요.

다시금 이오공감 축하드립니다.
스포츠 포스팅이 이오공감에 올라가는 경우는 드문데 오랫만에 올라간걸 보니 즐거웠습니다.
Commented by 란스 at 2007/04/27 19:43
이오공감 축하드립니다.
뭐 사실 냉전이 사라지기 전까지 올림픽이 말이 좋아야 올림픽이지
정치의 도구이자 열강의 다툼의 자리였으니까요 뭐
Commented by Levin at 2007/04/27 22:27
이 올림픽을 소재로 레니 리펜슈탈이라는 불세출의 명 여감독이 탄생하기도 했었죠.
Commented by oldman at 2007/04/28 14:49
그것도 나름대로 참 능력입죠.
축하의 말씀, 감사합니다. / 狂猫

저도 보고 싶습니다. / 산왕

오오,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군요.
확실히 레니 리펜슈탈은 천재인 듯 싶습니다. / 하트의여왕

저도 대형스크린으로 보고 싶습니다. / marlowe

고맙네 ~ ^^ / kirhina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로토

축하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그런 에피소드가 숨어 있었군요. 이렇게 숨어있는 에피소드를 듣는게 참 재미있습니다.
확실히 베를린올림픽에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일화가 많이 있군요.
칭찬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즐겁게 읽으셨다니 제가 다 안심이 됩니다 ~ ^^ / 홍차도둑

뭐 그렇죠.
모스크바 올림픽이나 LA올림픽이 그 대표적 사례입죠. / 란스

그렇죠.
정말 그녀는 천재임에 확실합니다. / Le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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