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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마무리

 

한해의 끝에만 저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올 한해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정말 대격변이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이직을 하게 된 것이고 국가적으로는 전대미문의 비선실세의 전횡이 드러남과 탄핵정국으로 혼란한 상황이 계속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말이 굉장히 많이 아끼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제 의견을 드러내기보다는 이 블로그는 서평을 쓰는 공간으로 조용히 두려고 합니다. 전부터 크게 신경을 쓸 상황이 되지 못했고 예민한 소재의 글은 제가 아는게 많이 없어서 쓰기가 두렵더랍니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는데 둘다 열지 않고 지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용히 사는게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렇게 살지 못했던 지난 날이 바로 올 한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늘 한해의 끄트머리에 바라는 바이지만 내년을 맞이해서는 더욱 간절합니다. 그래도 아예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그 부분은 정말 감사합니다. 이 누추한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모든 분들도 새해에는 좋은 일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by oldman | 2016/12/31 15:03 | 삶의 길 한가운데서 | 트랙백 | 덧글(5)

카아사르의 여자들

 

저자 - 콜린 매컬로
역자 - 강선재, 신봉아, 이은주, 홍정인
출판사 - 고유서가
별점 - ★★★★★

제목은 '카이사르의 여자들'이지만 주로 세르빌리아와의 애정 행각을 소설 전반에서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읽기 제일 힘든 시리즈였습니다. 전 시리즈와 같이 배경이 음습한 게르만 족의 수풀, 밝은 소아시아 도시들의 풍경이 아니라 원로원 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칼과 방패로 싸우는 것이 아닌 혀와 머리로 싸우는 싸움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따라올 수 있으면 이 책은 놀라운 재미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카이사르가 불멸의 인물로 남기 위한 추진력을 얻는 시기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또한 카이사르의 비극적 결말에 대한 복선을 치밀하게 깔아놓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역사를 소설과 같은 픽션의 소재로 삼을 때 상상력을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예시가 이 소설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카이사르가 1기 삼두정치의 기반을 닦는 장면입니다. 서로 물과 기름과 같은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를 절묘하게 이어가는 카이사르의 모습에서 원숙한 정치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삼두정치가 언젠가는 깨어질 것이라는 암시도 깨알같이 섞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정적인 키케로와 카토에 대한 재미있는 묘사도 참으로 볼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는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이민족과의 싸움과 같은 장대한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로마인끼리 로마의 법 아래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공화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모습. 그 모습을 오늘날의 일상처럼 생생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노력에 존경의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설이지만 여느 인문학 서적 못지않게 읽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어려운 산을 넘고 나면 빼어난 풍경이 펼쳐져있을 것입니다. 이 부분은 카이사르가 거인이 되기 위한 기초를 닦는 이야기로 생각하시면서 읽으시면 됩니다. 점점 거인이 되어가는 카이사르의 모습에서 황제의 관은 쓰지 않았으나 황제와 같았던, 아니 영원한 황제로 남았던 카이사르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선동가 클로디우스의 활약상(?)도 볼 수 있으니 그 부분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by oldman | 2016/12/30 21:56 | 책 - ★★★★★ | 트랙백

2차 세계대전사

 

저자 - 제러드 L. 와인버그
역자 - 홍희범
출판사 - 길찾기
별점 - ★★★★★

척박한 환경에서도 꾸준히 군사서적을 내주는 감사한 출판사인 '길찾기'에서 역작을 번역하였다 하길래 큰 기대를 안고 구매를 하였고 책장의 마지막을 덮었을 때에는 크게 만족하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2차 대전에 관한 이야기라 생각하여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그것은 대단히 큰 착각이었음이 책장을 열어보고 얼마 되지 않아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높은 산을 등반하는 것처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였던 이야기를 깨알같이 전달해주면서 중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얼스터 합병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하였고 그 외에도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더군다나 그동안 제가 읽었던 2차 대전사에서 쉽게, 어쩌면 전혀 다루지 않았던 아프리카(북부가 아닌 사하라 이남 지역)나 서남아시아 지역의 전쟁사는 정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전쟁을 수행하는 국가의 내부 사정과 외교 관계까지 서술하는 저자의 내공과 종종 책 아래 부분에 있었던 해설은 읽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는 저자의 내공이 워낙 깊고 수많은 자료를 조사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감히 이야기하건대 한글로 된 2차 대전에 관한 개괄서 중에 가장 괜찮은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은 2차 대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알고 나서 읽기를 권합니다. 또한 채승병님의 해설이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읽었던 책의 제목을 보고 매우 반가웠고 읽지 못하고 원서로 읽을 수 밖에 없는 책 제목이 나왔을 때에는 영어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승병님의 2차 대전에 관한 해설이 제가 쓴 서평보다 훨씬 많은 도움이 될 터이니 2차 대전에 대한 맥락을 잡고 싶은 분은 이 부분만이라도 읽으시길 권합니다. 3권 마지막에 있는 채승병님의 글 만으로도 이 책은 많이 읽을 만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제가 받아본 책이 초판본이어서 그런지 군데군데 오탈자가 많이 보인 부분인데 이러한 오류는 차차 고쳐질 것이라 생각하였고 읽는 데 크게 지장을 주는 부분이 아니어서 괜찮았습니다. 그 외에는 흠잡을 곳이 하나 없는 걸작품과 같은 책입니다. 번역도 매우 매끈하게 잘 되어서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미 읽으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아직 못 읽으셨다면 일독을 강력히 권하는 책입니다.

by oldman | 2016/12/13 21:27 | 책 - ★★★★★ | 트랙백 | 덧글(5)

어느 하급장교가 바라본 일본제국의 육군

 


저자 - 야마모토 시치헤이
역자 - 최용우
출판사 - 글항아리
별점 - ★★★★★

쇼와육군이 한 개인이 일본 육군을 전체적으로 바라본 책이라 하면 이 책은 한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바라본 일본육군의 실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체험이라 하지만 굉장히 객관적이면서도 새로운 시각에서 일본군을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저자는 담담하게 일본군이 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지를 책 전체에 걸쳐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일본인에 대한 특성에 대한 책을 썼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일본군을 분석하였고 그들이 모순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구조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본군에게 유능한 구석이 있다고 조금이라도 믿는 사람이 보았다면 놀랄 만한 에피소드가 많이 드러납니다. 물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조금은 놀랄만한 에피소드가 있기는 합니다.

특히 놀랐던 것은 명령을 내린 주체가 '사령관'이 아니라는 부분에서 많이 놀랐습니다. 더군다나 그 중심에 '츠지 마사노부'가 있었고 그가 전쟁 후에 화려하게 복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자가 느꼈던 복잡한 심경을 읽는 저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모습을 본 저자의 복잡한 심경이 이 책을 쓰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대부터 포로생활까지의 여정을 숨가쁘게 그려내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읽힙니다. 그것은 저자의 글솜씨가 빼어나기 때문이지만 감당할 수 없는 실화의 무게때문이기도 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알만한 유명인은 크게 나오지 않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제국군을 알수록 많이 놀라지만 가장 놀랐던 것은 자국민조차 '피점령인'으로 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왜 그들이 국민을 지키는 군이 되지 않았는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저지른 죄악을 용서한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지만 말입니다.

'쇼와육군'과 함께 읽으면 더욱 일본 제국군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진짜사나이-일본제국군 편'을 체험하는 듯한 느낌도 들 것입니다.

by oldman | 2016/11/29 19:39 | 책 - ★★★★★ | 트랙백(1) | 덧글(10)

쇼와 육군

 

저자 - 호사카 마사야스
역자 - 정선태
출판사 - 글항아리
별점 - ★★★★★

'도조 히데키와 천황의 시대'를 너무 괜찮게 읽었는데 그 책이 서둘러 절판된 바람에 이 분의 신작이 나오자 마자 구매를 하였습니다. 1,100 페이지가 넘는 대작이지만 챕터의 길이가 짧아서 읽기가 편한 장점이 있습니다. 이 책은 논픽션의 대가인 저자가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쇼와 육군의 문제점을 뿌리부터 파악해서 분석한 책입니다. 특히 일반 병사의 시선에서 바라본 태평양전쟁의 무게는 우리에게도 많은 점을 느끼게 해줍니다.

쇼와시대(히로히토 덴노)의 문제점은 국민을 지켜야 할 군대가 그 본분을 잊어버린 것이고 정치의 한 수단이 되어야 할 전쟁을 수행하는 지휘부에 정치인들의 입김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 군대를 지휘하는 사람은 엘리트였지만 어렸을 때부터 사관학교에서 군대에 관한 교양 밖에 배우지 않아서 인간은 물론 사회를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이 지휘권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입니다. 문자 그대로 책상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한 셈입니다. 그리고 그 억울한 죽음조차 밝혀지지 않은 사람들이 오늘도 동남아시아의 정글과 태평양 바다에 잠들어 있습니다. 이 책은 일본인도 일본 제국주의의 큰 피해자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상층부의 명령 한 마디에 비인간적인 만행을 저지르고 비상식적인 작전을 수행하고 파리 목숨보다도 못한 죽음을 맞이한 일반인들과 그 상처를 그대로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전쟁이 주는 상처가 복잡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하나는 쇼와 육군이 보여준 처절할 정도로 빈약한 현실 인식이 얼마나 다른 이들에게 우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지였습니다. '헐 노트'에 대한 도조 히데키의 어이없는 답변을 보면서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지 못한 이의 모습이 얼마나 추하고 무서운 결과를 자신에게 불러 일으키는 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것은 물론 상대방을 냉정하게 파악하지도 못한 채 시작한 전쟁이 얼마나 파멸적인 결과를 불러 일으키는 지를 이 책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그렇게 지옥도를 뚫고 들어온 사람에게 비인간적인 조치를 취하는 일본의 관리들을 보면서 일본 민중이 겪었을 고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찡하게 만든 것은 임팔 작전을 비롯한 수많은 전선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리듯 체험을 담담하게 그려낸 것과 특공대에 차출되었지만 정신은 일본 제국주의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편지를 가족에게 보낸 대목에서 감동을 느꼈습니다. 전쟁에도 지지않는 자유에 대한 의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감정이라는 것이 가슴을 벅차 오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일반 병사를 사지로 몰아넣은 참모들을 비롯한 상층부의 추한 모습과 전쟁 이후에 미군에 충성하여 자신의 목숨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던 장군들의 모습은 일본 제국주의를 이끌었던 중심의 추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일본과 아시아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라 생각하니 한숨만 나왔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전쟁에 대한 반성을 하는 책입니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은 많지만 전쟁의 원인을 분석하며 반성하는 자세로 쓴 이 책은 분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쟁 가운데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일본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은 옳지 않다고도 생각하였습니다. 태평양 전쟁 시기의 일본 육군의 민낯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한번 읽어보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by oldman | 2016/11/01 21:43 | 책 - ★★★★★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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